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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민중들, 아직도 '전쟁중'
상처만 남긴 종전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개전 27일만인 15일 이라크전에서 미.영연합군이 명백한 승리를 거뒀다고 공식 선언함으로써 미국의 침공에 의해 시작된 이라크 전쟁은 공식적으로 끝났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행한 연설에서 "불과 1개월전만 하더라도 이라크는 자국민에게는 감옥, 테러분자들에게는 천국이었으며,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대량파괴무기의 창고나 다름없었다"고 강조한 뒤 "지금 세계는 더욱 안전해졌으며 테러국가들은 이제 한 동맹국을 잃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승리'를 세계 만방에 밝힌 것이다. 전쟁이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남으로써, 외형상의 인명피해는 1991년 걸프전 당시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군이 후세인의 최후 거점 티그리트로 진입하기 사흘 전인 4월11일 미국 국방부가 밝힌 이번 전쟁의 미.영 연합군 사망자는 미군 105명, 영국군 31명 등 모두 135명이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전투 과정에서 사망한 인원은 82명에 지나지 않으며, 사고와 질병으로 47명, 아군 사이의 오인발사로 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 또한 미군들 가운데 포로로 잡힌 병사는 7명이며, 10명은 실종돤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이라크 쪽의 인명피해는 이날까지 군인 2320명이 숨진 것으로 미군 측은 추산했다. 미군측은 또, 4월3일 현재 민간인 1254여명이 숨지고 5112여명이 다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135명이라는 전사자의 수는 지난 1991년 걸프전 때 382명, 베트남전 5만8198명, 한국전 3만6576명이 각각 숨진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아주 적다고 미국 측은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야말로 미국의 '브리핑용'에 지나지 않는다. 이라크가 이번 전쟁으로 입은 피해는 숫자로 나타낼 수 없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민간인들의 희생이 그렇다. 우선 미군의 폭격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죽거나 부상했지만, 12년에 걸친 경제제재로 인해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이라크의 의료시설은 이들을 제대로 치료할 수 없다. 또한 1991년 걸프전이 끝난 이후 드러난 바와 마찬가지로, 이번 전쟁에서 미군의 사용한 열화우라늄탄의 방사능으로 인한 기형아 출생과 백혈병 등 암의 발생도 예견되고 있다. 나아가 전쟁이후 이라크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서로 이슬람 종파와 인종들 사이의 권력 투쟁이 격화되고, 이것이 내전이나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민간인의 대규모 희생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9.11 테러사건이 가져다 준 충격적인 교훈은, 미국 역시 잔인한 테러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미국은 '테러 집단에 대한 응징'을 이번 전쟁의 이유 중 하나로 내걸었지만, 미국이 '테러집단'으로 지목한 집단들이 이번 전쟁의 결과에 공포감을 느낀 나머지 '더이상 테러는 하지 않겠다'고 꼬리를 내리지는 않았다. 이는 결국 '응징'과 '보복'의 악순환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같은 '폭력의 악순환'으로 인한 피해 역시 이번 전쟁의 간접적인 피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미국이 갖고 있는 힘을 과시하고 향후의 국제 사회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에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내용적으로는 상처만을 남긴 채 끝났다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드러난 미국의 속내와 불투명한 미래 이라크 전쟁이 끝난 후 최대 관심은 역시 이라크의 미래에 관한 것이다. 미국은 독재자 후세인을 제거하고 이라크 국민에게 '해방'을 가져다 주겠다고 공언했지만, 뜻대로 될 수 있을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석유로 인한 막대한 이권을 미국이 독식하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종과 종교적 파벌을 둘러싼 이라크 내부 사정이 워낙 복잡하기 때문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지난 4월8일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에서 회담을 갖고 군정 후 과도정부 수립, 제헌의회 구성의 3단계 이라크 재건방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군정 계획부터 이라크 각 정파들의 반발에 부딪히는 등 앞날이 순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 군정 하의 이라크를 쥐고 있는 두 인물은 군정사령관에 임명된 토미 프랭크스 미 중부군 사령관과 이라크 재건인도지원처의 책임자인 제이 가너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은 현역 장군과 퇴역 장군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내면적인 성향에 있어서는 더욱 딴판이다. 우선 토미 프랭크스 군정사령관은 그야말로 '단순하고 완고한 군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번 아프간 전쟁에 이어 이라크 전쟁에서도, 먼저 공군을 이용해 무차별 폭격을 가한 뒤 지상군을 투입하는 '단순한' 작전으로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그의 이같은 단순함과 완고함이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이라크의 각 정파들을 정치적 방법으로 조절해 나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관심은 자연히 제이 가너에게 쏠린다. 미사일 시스템 전문가로 알려진 가너는 SY 콜맨사의 대표로서 기술적인 문제점과 정치적인 우려가 제기되고 있던 패트리어트미사일 개발, 미사일방어체제(MD)의 강행을 주장해 관철시킨 인물이다. 그의 이런 면모는 군산복합체 헬리버튼사의 회장을 지낸 바 있는 딕 체니 부통령, 석유회사인 벡텔과 정치자금을 둘러싼 끈끈한 커넥션을 유지하고 있는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아주 유사해 보인다. 더욱이 가너는 중동문제와 관련해 친 이스라엘적 성향을 숨기지 않고 있다. 가너의 존재는 이라크의 석유 이권을 미국의 군산복합체들이 독식하겠다는 주장과 사실상 같은 것이라고 서방 언론들은 보고 있다. 이보다 더 골치아픈 것은 이라크의 내부사정이다. 후세인을 앞세워 이라크 사회를 지배했던 수니파는 회교의 소수집단에 불과하다. 다수파인 시아파가 종전 후 꿈틀거리고 있고, 후세인 치하에서 혹독한 탄압을 받았던 쿠르드족 역시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 게다가 후세인 치하의 대표적 반체제 단체였던 이라크국민회의(INC), 이라크최고혁명평의회(SCIRI)등 반체제로 분류되던 단체도 70여개에 이른다. 하지만 이라크의 차기 지도자로 거명되는 인물은 기껏해야 7명을 넘지 않는다. 그중 전쟁이 끝난 뒤 가장 먼저 이라크에 들어와 대중앞에 선 인물은 INC의장인 아흐메드 찰라비이다. 시카고대와 MIT에서 수학한 그는 미국의 매파와 친분이 있는, 가장 친미적인 인물다. 하지만, 요르단 페트라은행 총재로 재직하면서 예금 유용 등의 혐의로 2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는 부패인물이다. 따라서 그는 미국으로부터는 주목을 받았지만 아랍으로부터는 경멸을 받아 왔다. 다음으로 이라크군 최고사령관을 지내고 망명해 덴마크에 거주하고 있는 니자르 알카즈라지, 수니파와 시아파의 지지를 동시에 받으면서 미국에서 군의 정치적 중립을 주장하하고 있는 나집 알 살라히장군도 차기 대권 후보로 꼽힌다. SCIRI의 지도자로 이란에 망명해 있는 모함메드 바르크 하킴 역시 거론되는 인물이지만,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으로서는 가장 경계하는 인물이다. 현재 연방제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북부 쿠르드족 역시 태풍의 눈이다. 지금은 터키를 의식해 독립을 주장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라크 중앙정부의 태도에 따라서는 언제라도 움직임에 나설 태세를 갖추고 있다. 쿠르드족이 움직임을 시작했다는 것은 또다시 전쟁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의 종식과 함께 다양한 분파들의 이합집산과 권력투쟁은 시작됐다. 미국의 점령은 이 권력투쟁을 격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여기에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자신들이 원하는 중동 정세를 형성하겠다는 미국의 태도가 현실화될 경우, 이라크 뿐만 아니라 중동 전체가 또한번 전쟁의 불길 속에 빠져 들지 모른다. 미국이 만들어 나가겠다는 이른바 '민주국가'의 개방된 정치체제는, 오히려 중동 국가에서 근본주의를 주창하는 정당의 강화와 집권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는 미국에 의해 강요된 정치체제가 미국의 이익과는 반대되는 정권의 출현으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미국내 매파들은 이를 가만히 두고 보지 못할 것이다. 또다른 화약고인 셈이다.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끝난 것을 두고 이집트의 한 주간지는 이렇게 논평했다. "미국은 후세인과의 전쟁에서 이겼는지 모르나, 동시에 판도라의 상자도 열어 버렸다." 고통은 민중들에게 미국의 군정과 정파간의 권력투쟁, 그리고 일어날지도 모르는 내전이나 전쟁에서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역시 여성과 어린이를 비롯한 민중들이다. 이미 군정에 반대하는 이라크 시위대에 미군이 발포를 해 사상자를 내는 사건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또한 빈약하기 이를 데 없는 의료시설로 인해 전쟁에서 상처를 입은 민간인들에 대한 진료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의로봉사차 이라크에 다녀온 의사 송관옥씨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내용에 의하면, 13년에 걸친 경제제재로 인해 이라크의 1차 진료쳬계는 완전히 붕괴된 상태이며, 따라서 전쟁으로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 치료를 거의 받지 못하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전쟁 이후에는 병원에 전기기와 수도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것은 물론, 통신시설마저 마비돼 정상적인 진료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송관옥씨는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에 의약품이 제대로 공급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은 의료체계 뿐만 아니라 이라크의 사회 기간체제가 사실상 붕괴됐음을 의미한다. 다시말해서 이라크의 민중들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상실해 버렸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경제제재와 전쟁의 직접적인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수많은 인도주의 구호기관들이 이라크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이것이 이라크 민중의 고통을 근본적으로 치유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이라크에 다녀 온 사람들의 한결간은 증언은, 이라크 민중들이 바라고 있는 것은 미군의 조속한 철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오히려 군정 기간을 늘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라크 민중들에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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